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. 이 부회장은 “기존 제조회사 체제에선 우리가 필요한 인력을 영입하기 어렵다”며 “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 다양한 분야의 유능한 인재를 적극적으로 영입할 수 있고, 이를 통해 주가 저평가 요인도 하나씩 없앨 수 있다”고 했다. 그러면서 OCI홀딩스 사장으로 서진석 전 EY한영 대표를 영입한 것을 예로 들었다. 이 부회장은 “화학뿐 아니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, 부동산 개발, 에너지 개발, 바이오 등 서로 다른 분야의 사업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선 관련 전문가를 지주사로 대거 영입해야 한다”고 했다.
이 부회장은 또 “말레이시아에선 금호피앤비화학과의 합작사인 OCI금호가 연 10만t 규모로 에피클로로히드린(ECH) 공장을 짓고 있다”며 “세계에서 유일하게 태양광과 풍력 발전의 주요 원자재를 공급하는 생산기지”라고 소개했다. ECH는 풍력 발전용 날개 제조에 주로 쓰이는 원료다.
OCI가 폴리실리콘 투자를 늘리는 건 이 시장이 앞으로 최소 10배 이상 커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. 이 부회장은 “OCI가 처음 폴리실리콘 사업에 뛰어들었던 2005년 당시 540㎿에 불과했던 세계 폴리실리콘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210GW로 400배 불어났다”며 “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(IRA)을 기회로 삼아 투자를 계속해서 늘릴 것”이라고 말했다. 이어 “신규 사업도 중요하지만 폴리실리콘 사업에서 한우물을 파 시장 우위를 확립하는 것이 최우선”이라고 덧붙였다.
이 부회장은 “IRA 시행 이후 미국에서 1억달러를 투자하면 미 정부로부터 3000만달러를 세액공제로 돌려받을 수 있는데, 이렇게 되면 사업성이 굉장히 좋아진다”며 “현재 태양광 발전 사업에서만 연 400억원의 이익을 내고 있는데, 공장 규모를 3~4배 정도로 키우면 이익 규모도 1000억원 정도로 늘어날 것”이라고 설명했다.
태양광 사업을 북아프리카 지역까지 확장해 나갈 구상도 밝혔다. 이 부회장은 “이집트 알제리 튀니지 모로코 등 나라들의 인구를 합하면 3억 명쯤 되는데, 전기가 굉장히 모자란 곳들이어서 사업성이 충분하다”고 말했다.
OCI는 지난해 2월 부광약품 인수를 통해 제약·바이오 사업 진출을 공식화했다. 이 부회장은 “늘어나는 수명과 낮아지는 출산율을 고려하면 일생을 책임지는 ‘라이프사이언스’ 산업이 뜰 것”이라며 “외부 회사와의 적극적인 파트너십을 통해 신약 개발에도 뛰어들 계획”이라고 말했다.
이 부회장은 “기업분할은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위한 일환으로 몇 년 전부터 고민해왔다”며 “코로나19 확산 시기에는 구조조정과 회복에 집중했고, 더 이상 늦출 수 없어 발표한 것”이라고 했다.
주주총회 이후부터 이 부회장은 OCI홀딩스 부회장으로서 서 전 대표와 함께 지주사를 관할한다. 사업회사 OCI는 김택중 현 OCI 사장이 대표이사 부회장을, 김유신 현 OCI 최고마케팅책임자(CMO·부사장)가 사장을 맡는다. OCI홀딩스 회장으로 취임할 가능성과 관련해 이 부회장은 “이사회에서 결정될 사안이고, 거기에 따를 것”이라며 말을 아꼈다.
OCI 주총은 오는 22일이다. 5월 1일을 기일로 분할이 완료되면 같은 달 OCI홀딩스와 OCI가 상장한다. 지주사가 정식 출범하는 시점은 10~11월께다. 이 부회장은 “1년에 10% 이상 꾸준히 성장하면서 이익도 계속해서 잘 내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”며 “기존 체제를 완전히 뜯어고쳐 1980년대생 전무가 나올 수 있는 파격적인 인사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체질 개선에도 매진하겠다”고 말했다.
글=김재후/장서우 기자 /사진=김범준 기자 hu@hankyung.com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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